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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익중 마법 한글, 춤춘다! KF XR갤러리 강타!
세계가 주목하는 한글의 예술적 가치를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찾아온다. KF(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김기환)는 대한민국 광복 80주년을 기념하여 '한글'을 주제로 한 기획전 '공명하는 문자(Moving Letters)'를 오는 31일부터 9월 12일까지 서울 중구 KF XR갤러리에서 개최한다.이번 전시는 단순한 한글의 역사를 넘어, 현대 예술과 첨단 기술을 통해 재탄생한 한글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특히, 세계적인 '한글 작가' 강익중의 첫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신작이 최초 공개되어, 한글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1984년 뉴욕으로 건너가 '소통과 화합'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펼쳐온 강익중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바람으로 섞이고, 땅으로 이어지고'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한글의 구조적 아름다움과 창제 원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분단과 갈등을 넘어 세계인이 한글로 소통하고 교류하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을 담았다.강익중 작가는 청주시 출범 10주년 기념 전시, 이집트 피라미드 앞 한글 작품 전시 등 한글의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전시에는 강익중 작가 외에도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참여해 한글을 소재로 한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우루과이 작가팀 '라 레콘키스타'는 한국 민화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우루과이의 언어와 자연에 접목시킨 '마법 시간'을 통해 한글의 독창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한다.또 ▲백남준의 문자 소재 판화, ▲정진열의 '도시의 소음들: L.A.', ▲김휘아의 VR 작품 '한글 정원' 등은 한글이 가진 예술적 영감과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이번 전시는 첨단 기술과 만난 한글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들도 선보인다. ▲AI가 한글과 훈민정음을 배우는 과정을 담은 민본 작가의 '새 숨', ▲고궁 단청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구본창 작가의 '코리아 판타지'는 디지털 시대 한글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아카이브 존'에서는 KF의 한글 관련 서적,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기념 연설 영상, 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영상 등 한글의 역사와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다.KF XR 갤러리 전시는 무료이며, 주한우루과이대사관, 뉴욕한국문화원, 국립한글박물관, 백남준문화재단이 협력했다. 한글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가치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 이중섭의 연애편지부터 박서보의 묘법까지…수채화의 재발견
펜촉이 종이 위를 스치며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그려낸다. 붓은 거침없이 물줄기를 쏟아내며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1941년, 스물다섯 청년 이중섭이 사랑하는 연인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 속에는 설렘과 그리움이 가득하다.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한국 근현대 수채화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수채: 물을 그리다'는 이중섭의 엽서화 18점을 포함, 구본웅, 곽인식, 류인, 박서보, 박수근, 이두식, 이인성, 장욱진 등 34명 화가들의 수채화 100여 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채화'만을 주제로 전시를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되는 작품만 23점에 달합니다." 전시를 기획한 정재임 학예사는 그동안 수채화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왔음을 지적한다. "이인성과 같이 유화뿐 아니라 수채화에서도 독보적인 경지를 보여준 작가들의 작품조차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수채화는 1884년 '한성순보'에 '수화(水畵)'라는 명칭으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1911년 '매일신보'에는 일본 화가 야마모토 바이카이가 연필화, 수채화, 유화 등을 가르친다는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이처럼 수채화는 한국 근대 서양화 도입 초기에 화가들이 서양화 기법을 익히고 실제 풍경과 정물을 묘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물과 안료만 있으면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지만, 물의 농도와 붓의 터치에 따라 섬세한 표현이 요구되는, 결코 쉽지 않은 장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채화는 오랫동안 유화에 비해 '습작' 혹은 '아이들 그림' 정도로 치부되며 예술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이번 전시는 이러한 편견을 깨고,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수채화가 차지하는 중요한 위상을 재조명한다. 전시된 작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932년에 제작된 서동진의 '뒷골목'이다. 대구 수채화단의 선구자인 서동진은 20세기 초 대구를 중심으로 수채화 운동을 이끌었으며, 이인성, 서진달 등 후배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서동진의 가르침을 받은 이인성의 '계산동 성당'(1930년대)은 수채화의 예술적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작품이다. 1902년 영남 지역 최초의 고딕 양식으로 건축된 계산동 성당은 현재까지도 대구 서성로에 남아 있으며, 이인성은 섬세한 붓 터치와 투명한 색감으로 성당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담아냈다.장욱진의 '마을'은 작가 특유의 소박하고 정감 넘치는 화풍을 보여준다. 집집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따뜻한 공동체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박수근의 '세 사람'에서는 작가 특유의 거친 질감과 단순화된 형태를 통해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엿볼 수 있다.조각가로 잘 알려진 류인은 수채화에서도 대담한 화면 구성과 거친 붓질을 선보이며,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유화 '축제' 시리즈로 유명한 이두식은 수채화 '생의 기원'에서 돌과 나뭇잎 등 자연물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그 안에 인체를 숨겨놓는 초현실적인 표현 방식을 사용했다.곽인식은 꽃잎처럼 겹쳐지는 반투명한 작은 타원들을 통해 화면 전체를 꽉 채우는 독특한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박서보는 검은 물감에 흠뻑 적신 닥지를 손으로 밀고 나가며 우연적인 흔적을 남기는 중기 '묘법'을 선보이며, 추상 수채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수채화는 불투명하게 섞이지 않고, 각자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룹니다. 이러한 포용과 어울림의 속성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수채: 물을 그리다' 展은 단순한 미술 작품 전시를 넘어,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숨겨진 보석들을 재발견하고, 수채화라는 매체가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는 9월 7일까지 계속되며, 관람료는 성인 2000원이다.
- 미술계 큰손들 '홍콩 집결' 1조 원 잭팟 터질 '아트바젤' 개막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술품 장터이자, 세계 미술 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아트바젤 홍콩'이 드디어 막을 올렸다. 26일, 홍콩전시컨벤션센터(HKCEC)에서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5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아트바젤 홍콩은 올해로 12회를 맞이하며, 전 세계 미술계의 이목을 다시 한번 홍콩으로 집중시키고 있다.단순한 미술품 장터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아트바젤 홍콩. 올해는 어떤 새로운 기록과 이야기들을 만들어낼지, 벌써부터 전 세계 미술 애호가들과 컬렉터들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1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미술품 거래가 이루어지는 '큰손'들의 전쟁터, 그 화려한 서막이 올랐다.올해 행사에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인 42개 국가 및 지역에서 240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이 중 23개 갤러리는 처음으로 아트바젤 홍콩에 참가하여 신선함을 더한다. 참가 갤러리의 절반 이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기반을 둔 갤러리들로, 한국에서는 한국 지점을 둔 외국계 갤러리를 포함하여 총 20곳이 참여해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인다.아트페어의 중심인 '갤러리즈(Galleries)' 섹션에는 아라리오갤러리, 갤러리 바톤, 학고재, 조현화랑, 국제갤러리, 리안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PKM갤러리, 우손갤러리 등 9곳이 참가하여 소속 작가들의 주요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작가들의 프로젝트를 집중 조명하는 '인사이츠(Insights)' 섹션에서는 제이슨함 갤러리가 김정욱 작가와 함께 참여하여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신진 작가 발굴의 장인 '디스커버리즈(Discoveries)' 섹션에서는 P21이 신민 작가를, 휘슬 갤러리가 이해민선 작가를 각각 대표하여 개인전을 선보인다. 특히, 신민 작가는 올해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 최종 후보 3인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며, 아트바젤 편집팀이 선정한 '놓쳐서는 안 될 8개 작품' 중 하나로 꼽히는 등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대규모 설치 작품을 위한 '인카운터스(Encounters)' 섹션에서는 갤러리바톤이 영국 작가 리암 길릭의 작품을, 휘슬갤러리가 허지예 작가의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들에게 압도적인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국제갤러리는 갤러리 부스 내에서 특정 주제로 개인전을 여는 '캐비닛(Kabinett)' 섹터에도 참여하여 김윤신 작가의 회화, 판화, 조각 15점을 전시, 작가의 폭넓은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아트바젤 기간에는 세계 주요 경매사들의 경매도 함께 진행되어 미술 시장의 열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크리스티 홍콩은 28일 열리는 20세기 및 21세기 미술 이브닝 경매에서 장 미셸 바스키아의 1984년 작 '토요일 밤(Sabado por la Noche)'을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이 작품의 추정가는 약 179억236억 원(9500만1억 2500만 홍콩달러)에 달해 뜨거운 경합이 예상된다.2008년 '아트 HK'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2013년부터 현재의 명칭으로 개최되고 있는 아트바젤 홍콩은 매년 8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약 1조 원 규모의 미술품이 거래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미술 행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에는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등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해부터 예년 규모를 회복하며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축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아트바젤 홍콩은 27일까지 VIP 대상 프리뷰를 진행하며, 28일부터 30일까지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 아시아 미식의 미래, 젊은 셰프들 서울서 대격돌
한국 최초로 뉴욕 미슐랭 3스타를 받은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는 아시아 음식의 가능성에 대해 강한 신뢰를 보였다. 그는 "이제 아시아 음식은 단순히 세계의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며, 아시아 미식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셰프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기존 셰프들이 차세대 셰프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좋은 본보기가 있어야 문화도 함께 성장한다"는 그는, 아시아 미식의 미래를 밝히는 열쇠는 다음 세대 셰프들의 노력과 비전이라고 전했다.이날 서울 강남구 정식당에서는 아시아 미식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젊은 셰프들이 모였으며, 그들은 아시아 미식의 변화와 미래를 주제로 의견을 나누었다. 이 행사에서는 산펠레그리노가 주최하는 ‘영 셰프 아카데미 경연대회 2024-25’ 결선 진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 미식의 최신 트렌드와 차세대 셰프들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와 함께 행사에는 각국의 유명 셰프들과 심사위원들이 참석해 아시아 미식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행사의 주제는 ‘브링 유어 퓨처 투 더 테이블(Bring Your Future to the Table)’로, 아시아의 대표적인 미식 행사인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의 개최를 기념하여 마련되었다. 이 자리에서 아시아 지역 결선 우승자인 홍콩 벨론(Belon)의 수석 셰프 아디 퍼거슨(Ardy Ferguson)과 아카데미 출신 셰프들이 참석해 미식의 미래와 비전을 공유했다.2023년 ‘아시아 최고 여성 셰프’로 선정된 조한 시(Johanne Siy) 셰프는 아시아 미식이 가진 독창성과 융합 가능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 각기 다른 문화에서 독립적으로 발전한 요리들이 서로 만난 후,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아시아 미식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하는 방향을 제시했다.아시아의 차세대 셰프들은 미식의 변화에 대한 깊은 통찰을 공유하며, 최근의 경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아시아 파인다이닝의 흐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했다. 전통적인 긴 코스 대신 짧고 임팩트 있는 요리를 선호하는 트렌드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리치 린(Richie Lin) 셰프는 "현재 MZ세대는 3~4시간에 걸친 긴 식사보다는 강렬한 인상을 주는 짧고 간결한 식사를 선호한다"며, "정보가 가득한 요리보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는 요리가 더 호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 각국의 셰프들은 그들만의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였다. 예를 들어, 한국의 육회 탕탕이와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의 전통적인 요리를 융합한 창의적인 메뉴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각국의 고유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결합해 아시아의 미식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다양한 문화의 미식을 하나로 모은 형태였다. 또한, 행사에 참석한 셰프들은 서로의 요리를 맛보고, 이를 통해 미식의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을 공유했다. 이날 오찬은 싱가포르 라비린스(Labyrinth)의 윌리엄 이 셰프, 홍콩 벨론의 아디 퍼거슨 셰프, 안다즈 서울 강남의 김재호 셰프가 순차적으로 코스를 선보였으며, 마지막 디저트는 임정식 셰프가 준비했다. 디저트는 아시아 미식의 특성을 잘 반영한 창의적이고 인상 깊은 작품으로,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산펠레그리노는 앞으로도 아시아 미식의 발전과 차세대 셰프들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디렉터인 로베르토 카로니는 "젊은 셰프들이 세계 무대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산펠레그리노가 그들의 성장을 돕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이번 행사에서는 아시아 미식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중요한 자리가 되었으며, 차세대 셰프들이 글로벌 미식 무대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기회와 도전을 제공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 뮤지컬 '적벽', 환상적 콜라보로 20대 관객 사로잡아
국립정동극장의 판소리 뮤지컬 ‘적벽’이 3월 13일 성공적으로 개막했다. 이 공연은 한국 고전문학인 판소리 ‘적벽가’의 이야기 흐름을 기반으로, 판소리와 현대무용을 결합하여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고전 ‘삼국지’ 속 가장 유명한 전투인 ‘적벽대전’을 소재로 하여 3세기 한나라 말엽의 위‧한‧오나라가 치열하게 벌인 세력 다툼을 박진감 넘치는 장면 연출과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로 풀어내고 있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판소리의 깊이를 현대적인 무대 연출과 결합하여, 한국 고전의 매력을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인다.‘적벽’은 그동안 공연의 상징인 부채 이미지와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를 관객들이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공연 팬들은 팬아트 공모전을 통해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수상작을 공연과 함께 홍보하는 등의 활동을 이어갔다. 이는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깊은 애정과 참여를 이끌어낸 결과였다. 이처럼 ‘적벽’은 전통 공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팬덤 문화를 만들어왔고, 그로 인해 작품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이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관객들의 자연스러운 추임새 소리다. 일반적으로 공연 중에는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통념을 깨고, ‘적벽’은 관객들이 추임새를 자유롭게 넣는 것을 장려한다. 이는 공연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며, 관객들이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국립정동극장은 SNS를 통해 추임새를 넣으며 공연을 즐기는 팁을 영상으로 소개, 관객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공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관객들은 이로 인해 공연과 하나 되어 작품을 더 깊이 체험하게 된다. ‘적벽’은 관객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공연으로, 공연이 끝난 후 특별한 이벤트인 ‘싱어롱 데이’를 준비했다. 4월 2일과 4월 3일에 한정하여 진행되는 이 이벤트는 커튼콜 종료 후 배우와 관객이 함께 ‘도원결의’ 넘버를 부르는 행사다. 당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는 붉은색 핑거 라이트가 제공되며, 관객들은 배우들과 함께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도원결의’를 따라 부르며 마치 콘서트에 온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참여형 이벤트는 관객들에게 공연을 더 가까이 느끼게 하고, 공연 후에도 그 여운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해준다.국립정동극장의 정성숙 대표이사는 “‘적벽’은 2025년 개관 30주년 기념의 해를 맞이하여 극장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으로 야심 차게 준비한 작품”이라며, “이번 공연은 ‘적벽’이 앞으로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으며, 음악, 무대, 의상, 영상, 춤 등 많은 요소를 리뉴얼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연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함께, ‘적벽’이 앞으로 더 넓은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힘쓸 계획임을 시사한다.‘적벽’은 삼국지의 가장 유명한 전투인 ‘적벽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이 전투는 위나라의 조조가 한나라를 통일하기 위해 남하하면서, 오나라의 손권과 조조의 군대가 대치한 사건을 그린다. 무대에서는 전쟁의 치열함과 복잡한 정치적 관계를 다채롭게 묘사하며, 각각의 인물들이 겪는 내적 갈등과 외적 전투가 중심 이야기로 펼쳐진다. 특히, 이 작품은 판소리의 요소를 접목시켜 그 당시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강조하며, 한국의 전통적인 음악과 현대적인 무대 디자인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무대를 선보인다.관객들의 후기에 따르면, ‘적벽’은 그 독창적인 무대와 몰입도 높은 음악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와 판소리의 깊이가 잘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팬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공연 문화도 관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젊은 관객들이 판소리를 더욱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적벽’은 4월 20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되며, 전통 공연의 새로운 변화를 경험하고 싶은 관객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적벽’은 고전적인 한국 문학과 현대적인 공연 기술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전통과 현대가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 동국대가 53년간 비공개로 보관한 '반구대 암각화' 탁본의 놀라운 디테일
"동국대 조사팀이 12월 25일 무렵에 천전리 암각화와 하류 계곡 조사를 할 텐데 참관하고 싶은 분은 같이 가세요."1971년, 당시 젊은 연구자였던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된 여정은 한국 고고학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해 10월 역사학회 월례 발표회에서 '울산 반구동 서석, 천전리 암각화의 특징과 성격'을 주제로 발표를 마친 후, 문 교수는 김정배(현 고려대 명예교수)와 이융조(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두 교수와 함께 현장 조사를 떠났다.크리스마스 당일인 12월 25일 아침, 30대 초반의 세 연구자는 배를 타고 나섰다. 그들이 도착한 곳에서 발견한 것은 문 교수가 '반질반질 윤기 나는 암벽'이라 회상한 바위에 새겨진 춤추는 사람들, 바다거북, 새끼를 등에 태운 고래 등의 그림이었다. 이것이 바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될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의 발견 순간이었다.그로부터 53년이 지난 지금, 이 '세기의 발견' 당시 반구대 암각화를 먹으로 떠낸 탁본이 드디어 대중에게 공개된다. 동국대 박물관은 반구대 암각화 탁본을 포함해 총 13점의 탁본을 소개하는 특별전 '보묵천향(寶墨天香)―보배로운 먹, 하늘의 향기'를 개최한다고 25일 밝혔다.이번에 공개되는 반구대 암각화 탁본은 1972년 3월 동국대 박물관 조사단이 제작한 것으로, 발견 직후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다. 문명대 교수가 저술한 '울산 반구대 암각화' 책에 따르면, 당시 조사단은 현장 사진을 찍고 건탁(乾拓) 방식으로 탁본을 제작했다. 건탁은 물을 사용하지 않고 고형묵(固形墨)을 종이 위에 문질러 파이지 않은 부분에 먹이 묻게 하는 방법이다.이번 전시의 백미인 반구대 암각화 탁본에는 작살에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 다양한 동물 그림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반세기 전 조사단이 섬세하게 먹을 두드린 흔적을 통해 당시의 발견 열기를 느낄 수 있다.특히 올해는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해로, 이번 전시의 의미가 더욱 크다. 박물관 측은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이라며 "발견 당시 탁본을 통해 선사시대 생활상과 예술적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번 전시에서는 반구대 암각화 탁본 외에도 다양한 문화재 탁본을 만나볼 수 있다. 경기도 유형문화유산 '석수동마애종' 탁본, 조선 경종(재위 1720∼1724)이 묻힌 의릉 표석 탁본 등 흑과 백, 두드림으로 완성한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또한 해외에 있는 통일신라 범종의 탁본, 개성 현화사비 탁본, 삼막산 동종 탁본 등도 함께 전시되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전달한다.동국대 박물관 관계자는 "그동안 조사·연구했던 다양한 탁본을 중심으로 동국대 박물관의 학술 연구 역사를 되짚을 수 있는 자리"라고 이번 전시의 의의를 설명했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다양한 시대의 문화유산을 탁본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5월 9일까지 계속된다.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과 당시의 자연환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약 7,000~3,500년 전 신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걸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고래 사냥 장면을 묘사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으로 평가받으며, 이번 탁본 전시를 통해 그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출근이 싫은 직장인, '낭만 사랑니'로 위로 받다!
최근 출간된 청예 작가의 장편소설 《낭만 사랑니》는 현대 직장인들의 지친 일상과 내면의 갈등을 그린 작품으로, 주인공 이시린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고단한 현실을 조망한다. 이 소설은 직장 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일과 사람에 대한 무력감 속에서 자아를 찾으려는 시린의 여정을 그린다. 주인공은 신입 치위생사로 일하면서 진상 환자, 일 미루는 선임, 무능하고 괴팍한 과장 등과 맞서며 ‘1년만 버티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직장 생활에서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직장인들이 겪는 고통과 고립감을 사실감 있게 묘사하고 있다.작가는 최근 인터뷰에서 직장인으로서의 경험을 언급하며, "타인을 미워하는 감정만으로도 울적해지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신이 나쁜 사람이라서 못된 마음을 먹는 것이 아니라, 상황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라며, 그런 감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주인공 시린처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 남을 미워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한다.소설의 전개는 신입 치위생사인 시린이 우연히 만나게 되는 수보리라는 인물과의 관계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수보리는 염라의 제자로, 백색왜성을 너무 많이 먹고 이를 닦지 않아 충치가 생긴 염라의 임플란트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치아'를 찾아 나선다. 시린은 수보리에게 '나쁜 환자로부터 자신을 지켜주고, 직장 상사들에게 복수를 해달라'는 조건을 걸고 협력하게 된다. 이를 통해 시린은 그동안 참아왔던 불만을 폭발시키며,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 과정에서 시린은 '정치적 선택'을 하게 되며, 잃어버렸던 낭만을 되찾는다. 청예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낭만을 어떻게 찾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낭만은 우리가 이타적으로 살기를, 서로의 행복과 자유를 수호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설명하며, "잇몸 안에 숨어 있는 사랑니처럼, 나 혼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마음속에 낭만은 매복돼 있다"고 말했다. 작가는 혼자서 벗어나 연대하고 협력하며 낭만을 찾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작가 청예는 2022년 전업 작가로서 첫 번째 단행본을 발표하고, 이듬해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장르 소설계에서 떠오르는 젊은 작가로, 소설 속에서 자신만의 재기발랄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청예는 이번 작품을 집필하면서 1년 넘게 매일 밤 '금강경'을 읽으며, 그 속에서 위로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모두가 강인하게만 산다면 그것이 다채로운 우주일 수 없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조용한 위로가 되는 문장들을 작품에 담았다.작가는 자신이 쓴 작품에 대해 "많은 자문자답을 거쳐 영감을 찾았다"며, 캐나다 밴쿠버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작품을 쓸 계획을 밝혔다. 그는 "경험이 곧 상상을 만드니, 여러 고생을 겪어 보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겠죠?"라며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청예는 "누구에게나 인생을 바꿀 3번의 기회가 온다"는 말을 떠올리며 매번 용감한 선택을 해왔다. 그가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보면, 전업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낭만 사랑니》는 직장인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을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웹툰 작가가 폭로한 2000년대 '오글거리는' 청춘의 비밀
싸이월드에 올린 감성 글귀, 눈물 셀카, 그리고 나름 멋을 부렸던 그 시절 패션들. 짧은 사랑에 울고 우정에 고민하던 그 시절은 지금 돌아보면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흑역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속에는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담겨있다.tvN 드라마 '그놈은 흑염룡'의 원작 웹툰 작가 혜진양(본명 허혜진)은 "미숙했지만 최선을 다한 경험을 '흑역사'로만 치부하는 건 과거의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흑역사를 소재로 삼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당시 상황과 감정에 더 충실했을수록 '흑역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기억되는 것이 아이러니했다"고 말했다.'그놈은 흑염룡'은 게임을 통해 만난 고3 백수정과 중3 흑염룡이 성인이 되어 재회하는 이야기다. 자물쇠 목걸이를 한 중학생 흑염룡이 수정에게 열쇠를 건네며 "봉인을 풀어달라"고 하는 장면은 '흑역사' 그 자체를 보여주는 웹툰 초반의 백미다. 작가는 "혜화역 앞에서 어린 염룡이가 수정이에게 열쇠를 주는 장면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고 회상했다.이 웹툰은 현재 문가영과 최현욱 주연의 tvN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혜진양 작가는 "대본을 읽었을 때 웹툰 속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며 특히 아역 문우진 배우가 연기한 어린 염룡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웹툰과 드라마는 캐릭터와 설정은 같지만 시대적 배경이 다르다. 드라마는 직장인이 된 둘의 재회를 그리지만, 웹툰은 2000년대 중반 대학가 자취방에서 만난 둘의 모습을 담았다. 작가는 2000년대를 배경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스마트폰과 카카오톡이 없던 시절, 솔직한 표현을 '오그라든다'고 치부하지 않던 시절이 둘의 감성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웹툰 속 2000년대 특유의 감성과 게임, 오프라인 모임 등은 작가와 주변인들의 실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가는 인터넷 모임의 '정모'를 자주 나갔고, 그때 만난 좋은 사람들과 아직도 연락하는 친구들이 20명이 넘는다고 했다. 게임을 즐기지 않는 작가 대신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 '쪼설'이 게임 장면에 대한 조언을 해주었다고 한다.혜진양 작가는 '그놈은 흑염룡' 이전에도 '미호이야기', '한줌물망초', '녹두전' 등 동양풍 웹툰으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해왔다. 현재 임신 중인 작가는 데뷔 후 처음으로 안식년을 갖게 되었으며, 건강하게 출산한 후 2026년 중에 차기작을 연재할 예정이다. 차기작은 사극이며, 작가가 직접 그림을 그리는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신구·박근형, 마지막 '고도'…연극 인생 마침표, 국립극장서 '피날레'
대한민국 대표 배우 신구와 박근형이 '신구·박근형의 ‘고도를 기다리며’ THE FINAL' 무대로 연극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한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앙코르 공연이 아닌, 두 거장이 마지막으로 함께 무대에 서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할 단 한 번의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실체 없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방랑자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의 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성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해석으로 공연되며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으로 자리매김했다.국내에서는 2023년 12월 서울 국립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후, 지난해 전국 21개 도시 투어에서 102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연극계에 뜨거운 붐을 일으켰다. 특히 이번 공연은 신구와 박근형이 연극배우로서의 마지막 무대를 예고하며 한국 연극사에 특별한 의미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에스트라공' 역의 신구와 '블라디미르' 역의 박근형은 단순한 배역 소화를 넘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물처럼 섬세한 연기로 캐릭터를 그려내며, 난해하다고 알려진 '고도를 기다리며'에 대한 편견을 깨뜨렸다. 두 배우는 오랜 세월 쌓아온 무대 경험과 깊은 내면 연기를 바탕으로 희극적인 요소를 넘어 삶과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이번 공연에는 신구, 박근형과 더불어 지난 시즌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온 '포조' 역의 김학철, '럭키' 역의 조달환, '소년' 역의 이시목 등이 출연하여 완벽한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파크컴퍼니 관계자는 "신구, 박근형 선생님의 마지막 '고도를 기다리며'는 단순한 연극 공연을 넘어, 한국 연극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며 "두 거장의 뜨거운 열정을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연극계 두 거장이 펼치는 마지막 '고도를 기다리며'는 오는 5월 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연극 관람을 넘어, 한국 연극사의 한 획을 긋는 두 배우의 마지막 열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잠들면 아이들이 죽는다'... 이틀 밤 새워 300명 구한 위조범
1944년 프랑스 파리의 좁은 다락방. 19살의 아돌포 카민스키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잠을 쫓았다. 그의 손끝에서는 유대인 어린이 300명의 생명을 구할 위조 신분증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사흘 안에 900장이 넘는 출생신고서, 세례 증명서, 식량 배급 카드와 어른들의 신분증을 완성해야 했다. 하루 50개도 버거운 작업량이었지만, 아이들의 목숨이 달린 일 앞에 선택지는 없었다.이틀 밤을 새우며 작업하던 중 그는 탈진해 쓰러졌지만, 의식을 되찾자마자 다시 작업대로 돌아갔다. 결국 그가 완성한 위조 서류들 덕분에 유대인 어린이들은 나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카민스키의 딸 사라가 쓴 '어느 레지스탕스 위조범의 생애'는 이런 아버지의 놀라운 일생을 기록한 책이다. 1925년 아르헨티나에서 러시아계 유대인 가정에 태어난 카민스키는 어린 시절부터 '서류'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그의 가족은 러시아 혁명 이후 프랑스에서 추방되어 아르헨티나로 떠났다가, 1930년대 초반에야 프랑스로 돌아올 수 있었다. 5살 어린 나이에 그는 한 장의 서류가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현실을 목격했다.초등학교만 졸업한 카민스키는 13살부터 세탁·염색 공장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도왔다. 이때 배운 염색과 탈색 기술이 훗날 그의 위조 작업에 결정적인 밑바탕이 되었다. 1943년, 그의 가족은 수용소로 끌려갔다가 아르헨티나 영사의 청원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친구들은 모두 죽고 자신만 살아남은 사실에 깊은 죄책감을 느낀 카민스키는 레지스탕스의 부탁으로 위조 신분증 제작을 시작했다.그는 여권, 신분증, 결혼증명서 등 나치의 추적을 피하는 데 필요한 모든 서류를 완벽하게 위조했다. 그의 기술은 레지스탕스 네트워크에서 소문이 퍼져 주문이 쇄도했고, 그는 개인적인 삶과 꿈을 포기한 채 오직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만 전념했다.놀라운 점은 카민스키의 위조 작업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30년 가까이 계속됐다는 사실이다. 팔레스타인에 새 조국을 건설하려던 유대인, 프랑스 제국주의에 맞서 싸운 알제리인, 베트남 전쟁에서 탈영한 미군 병사, 남미의 정치적 망명자 등 1만여 명이 그의 위조 여권으로 목숨을 구했다. 그는 이 모든 일을 무보수로 했으며,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카민스키에게 위조 작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닌 저항의 수단이었다. 그는 "위조범으로서 내 삶은 끝없는 저항의 연속이었다. 나치즘이 패퇴한 후에도 나는 불평등, 분리 정책, 인종 차별, 불의, 파시즘, 독재에 저항해 왔다"고 말했다. 그에게 위조는 불의한 세상에 맞서는 무기였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헌신이었다."더 나은 세상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믿었기에 가능한 한 힘을 보탰던 것이다. 그러한 세상이 오면 더 이상 위조범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카민스키의 이 말은 그가 꿈꾸던 세상,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담고 있다. 그는 자신의 특별한 기술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선물했고, 역사의 어두운 시기에 인류애의 등불을 밝혔다.